벌써 2년차가 되었다.. (Feat. SAP CO, CPIM, Obsidian과 AI)
작년 10월 이후로 글을 못 썼는데 어느새 5월이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싶다.
올해 초부터 "이제 진짜 꾸준히 써야지" 했는데, 개인적인 목표들을 먼저 해치우다 보니 또 밀렸다.
이제 좀 숨통이 트인 김에, 2년차가 되면서 느낀 것들을 한번 정리해보려 한다.
SAP CO 블로거인데 CO 글이 없는 이유
주변에서 "CO 블로거인데 왜 CO 글은 없냐"고 간혹 물어본다.
하.. 쓸 엄두가 안 난다. 솔직히.
CO 모듈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뭔가 쓰려고 하면 항상 이런 생각부터 든다. "내가 감히.. CO에 관한 글을..?" 배우면 배울수록 이 모듈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실감하고, 공부해야 할 게 너무나 많다는 걸 더 잘 알게 된다.
이제야 전반적인 흐름은 조금 보이기 시작했는데, 제조원가 등 깊은 문의가 들어오면 아직도 혼자 해결이 안 될 때가 있다.
현직자들이랑 CO Study도 하고, SAP Press 교재도 꾸준히 붙잡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배우면 배울수록 "내 것"으로 만드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진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보이는 그 느낌이랄까.
거기다 요즘은 AI도 빠르게 발전하고, ML님, MATDOC님, 반집님, 소마신군님 등 처럼 이미 깊이 있는 글을 써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 사이에서 주니어인 내가 쓰는 글이 과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의문도 솔직히 있었다.
근데 고민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니어의 시선으로는 못 써도, 주니어의 시선으로는 쓸 수 있다고. 대부분의 기술 블로그가 시니어 관점으로 쓰여 있다 보니, 오히려 비슷한 연차끼리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는 별로 없더라.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주니어나 취준생분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차근차근 써보려 한다.
2년차가 되면서 느낀 '공백'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동시에, 내가 모르는 게 뭔지도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성장한 건지 더 겸손해진 건지 잘 모르겠다.
둘 다 이길 바랄뿐이다..
작년부터 혼자 공부하는 게 한계가 느껴져서 현직자들을 모집해 CO Study를 시작했다. 구축, PI, 운영 등 다양한 직무의 분들이랑 각자의 Case를 공유하며 공부하다 보니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SAP Press 책으로 공부하고 Case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그렇게 6개월 정도 스터디를 이어갔다. 근데 Press 책 2권 정도를 끝냈을 즈음, 뭔가 계속 채워지지 않는 공백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공백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였다.
CO는 타 모듈 연계가 필수인데, 특히 PP랑 얽힌 제조원가 쪽에서 고객사 담당자분들이 쓰는 용어가 진짜 다른 세계 언어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게 너무 답답해서 솔직히 생산직에서 3개월만 일하고 와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시스템 스킬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업의 언어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모른 채로 미래의 컨설턴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CO는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인데, 그 의사결정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도메인에 대한 학문적인 공부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SAP CO 자체보다 회계학 공부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두 번째 공백은 CO 컨설턴트로서의 경쟁력이었다.
여러 고도화 및 Upgrade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제조회사 결산 프로세스를 직접 테스트해볼 기회도 생겼고, 담당하는 고객사 중 제조업체도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조원가 쪽 업무도 포함이 됐다.
그러면서 여러 CO 프리랜서분들을 만나게 됐는데, 시장에서 CO 컨설턴트를 보는 시선이 크게 둘로 나뉜다는 걸 알게 됐다.
" 제조업을 할 줄 아는 CO 컨설턴트" 와 "제조업을 경험하지 못한 CO 컨설턴트"
내 눈에는 둘 다 20년차 컨설턴트분이셨는데, 시장에서의 인식과 단가가 완전히 달랐다.
제조업을 모르는 CO 컨설턴트는 CO가 아니라 FI라는 식의 냉정하게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었다.
회사에서도 제조 도메인 이해가 깊은 분은 항상 채용이 어렵다는 말도 반복해서 들었고. AI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려면 결국 시스템 스킬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스킬이 의미를 가지려면 도메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SCM쪽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올해의 첫번째 목표, CPIM 취득하기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선택한 게 CPIM(Certified in Planning and Inventory Management) 이다.
CPIM이란 생산계획, 수요관리, 재고관리, MRP 등 제조와 공급망 운영 전반을 다루는 국제 자격증인데, SAP ERP랑 내용이 정말 많이 겹친다. 예전에 CKM3님 블로그에서 언급된 걸 봤고, 같이 스터디하던 CO 분도 갖고 계셔서 관심을 갖게 됐다.
근데 선뜻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응시비만 200만원에, 미국 자격증이기 때문에 교재와 시험이 모두 영어로 되어있다.
또한, 학원비에, 밥값에 모두 다 합치면 약 300만원의 비용이 들었고, 이게 취득도 아니라 응시까지의 비용이라는 사실에 엄두가 안났다.
영어에 자신도 없었고 떨어지면 거의 회사에 한 달 무료 봉사한거나 다름 없는 수준이라 작년말부터 계속 고민해왔다.
그래도 결국 올해 2월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돌이켜보면 정말 잘한 선택 중 하나였다.
단순한 자격증 공부가 아니라, 내가 원하던 현업 업무의 공백을 채워주는 공부였다.
CPIM을 공부한다는 느낌보다는 SCM의 전반적인 흐름과 PP의 현업 업무를 간접 체험하는 느낌이랄까. 내용이 익숙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았다. 다만 비용이 크다 보니 떨어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주말은 거의 CPIM에 갖다 바치고, 연차도 5일 정도 쓰면서 3개월간 공부를 했고, 결국 합격했다. 허허..

취득하고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솔직히 감흥이 많이 사라졌다..ㅎ
취득했을 때는 엄청 기뻤는데, 지금은 별 느낌이 없어졌다는 게 웃기기도 하고, 300만원 값어치를 하는지, 이직에 실제로 도움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자격증이란 게 다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확실히 달라진 게 있다.
얼마 전에 PP Overview 자료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CPIM에서 배운 개념이랑 용어가 그대로 겹치는 거다. SAP를 개발할 때 CPIM 같은 학문을 참고했다고도 하는데, 공부하면서 "아 그래서 이렇게 설계된 거구나" 싶은 순간이 꽤 많았다. SCM 큰 그림이 머릿속에 들어온 상태에서 보니까, 생산 흐름이랑 각 기능이 왜 존재하는지가 훨씬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또한, 소소한 수확도 있다.
PP 컨설턴트 분들이랑 대화할 때, Conveyor System, TPS(Toyota Production System), TOC(병목 이론) 같은 이야기로 스몰 토크가 가능하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스몰토크로 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ㅋㅋㅋ
PP 공부한 점에 대해 칭찬도 해주시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져서 그런 지 조금 더 다르게 봐주신다.
그 이후로 PP 관련된 모듈을 질문하면 잘 알려주려고 하신다. 이런 소소한 것들에 또 나에게는 힘이 된다.
"알고 보면 다르게 느껴진다."
CPIM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건 이 감각인 것 같다.
이 예시가 와닿을 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는 일차원적으로 '생산 계획'은 '생산할 제품을 계획하는 것' 이라고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재무팀에서는 전년도 사업 계획을 통해, 차기연도에 대한 예산을 짜고,
이 예산을 통해 Demande단(판매, 마케팅, 브랜드)에서 작년도 수요 분석 및 수요 예측를 통해 판매 계획을 짜고,
S&OP를 통해서 Product Group 기준으로 일원화된 하나의 계획을 가지고,
해당 계획을 End-Item단으로 생산 계획을 하는 것.
이런식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시스템을 다루는 사람이 그 배경 개념까지 이해했을 때 생기는 자신감과 시야의 차이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게 또한 컨설턴트로서의 자격이라고도 생각한다.
나에게 300만원을 쓴 게 아깝냐고 물어보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이야기 할 것 같다.
Obsidian과 Claude, 그리고 AI 시대에 공부하는 방법
작년부터 Obsidian과 Claude를 함께 쓰기 시작했다.
노션보다 가볍고 로컬 기반이라 AI와 연동이 잘 된다는 점이 컸다. 처음엔 VS Code를 통해 Claude와 Obsidian을 연결해서 썼는데, 이제는 Obsidian 자체에 Claude를 붙여서 쓸 수 있게 됐다.
Obsidian은 마크다운 기반이라 AI가 데이터를 읽고 정리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내가 주로 쓰는 방식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AI 대화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다.
SAP에 대한 모르는 개념이 생기면 Claude한테 물어보고, 그 답변을 Obsidian에 저장한다.
AI가 개념을 도식화해서 정리해준 내용도 그대로 저장되니까, 나만의 SAP 지식 베이스가 조금씩 쌓이는 느낌이다. 실제로 CO 모듈 교육자료를 만들어달라고 했을 때, 개념 설명부터 흐름도까지 꽤 깔끔하게 뽑아줬다. 물론 내용 검증은 필요하겠지만 정말 잘 정리를 해준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VS CODE로 SAP CO 모듈 교육자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 Claude 는 Obsidian 에 내용을 저장하기 위해서 경로를 확인한다.
자동적으로 경로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경로를 지정' 해주거나, 아니면 스킬로 만들어서 자동적으로 저장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아래와 같이 섹션을 나누어, 파일을 구성해주고 나의 Obsidian 에 저장해줬다.

결과물을 보면, 아래와 같이 도식화를 만들어주고 내용을 정리해준다.


내용은 검증해야겠지만,
이런 발전 속도를 볼 때마다 내 수준에서 CO 모듈을 게시글을 작성한다는 게 우숩게 느껴질 뿐이다.
두 번째는 SAP 관련 문서 번역 및 정리다.
영문으로 된 해외 SAP 문서나 Note를 번역할 때 정말 유용하다.
이미지도 AI가 직접 캡처해서 Obsidian에 저장해주니까, 나중에 한번에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 내 AI가 Obsidian 데이터도 참조하다 보니, SAP CO 관련 질문에서는 점점 더 맥락 있는 답변이 나오는 것도 체감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SAP Note나 Press 내용을 정리해놓는다.

세번째는 설계 및 개발의 능력이다.
올해 초에는 AI 덕분에 꽤 인상적인 경험도 했다.
시니어 프리랜서분이 퇴사하시면서 갑자기 수불부 재설계와 개발을 내가 맡게 된 거다. 이제 2년차가 된 내가... 수불부를 혼자 재설계한다는 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내가 뭘 안다고..
근데 다행히 복잡한 제조원가를 쓰지 않는 고객사였고, Gemini 딥 리서치로 수불부 개념을 여러 번 검증한 뒤 Claude한테 개발을 맡겼다. 큰 틀을 AI가 잡으면 내가 디테일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결국 검증까지 완료했다. 기존 프로그램보다 속도도 빨라지고, 놓치던 데이터도 정상적으로 가져오게 됐다.
이 경험을 하면서 AI가 단순히 검색 도구가 아니라 실제 업무의 협업 파트너가 됐다는 걸 실감했다. 실제로 우리 회사 기준으로 봐도, 작년이랑 올해 FCM 쪽 문의 건수를 비교하면 꽤 감소했다. 현업 분들도 AI한테 먼저 물어보기 시작한 거다. 나만 해도 AI 없이는 불편할 정도까지 왔으니까.
근데 솔직히 이 부분에서 불편한 생각도 든다. 예전에는 모르는 게 있으면 찾아보고, Obsidian에 기록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었다. 요즘은 그냥 AI한테 물어보고 끝낸다. 나중에 기억 안 나면 또 물어보면 되니까. 편하긴 한데, 이게 반복되다 보면 내 머릿속에 남는 게 없어지는 거 아닌가 싶다. AI한테 잠식당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 균형을 잡으려 한다. AI를 도구로 쓰되,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 Obsidian을 계속 쓰는 이유도 그거다. 완벽하게 지키진 못하지만, 그게 지금 내가 생각하는 AI 시대의 공부법이다.
이것저것 쓰다 보니 꽤 길어졌는데, 돌아보면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백을 느끼고,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방향을 찾고, 또 새로운 고민이 생기고. 주니어는 이런 거구나 싶다.
완성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한테 조금이라도 공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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